사상 최악의 실적쇼크 하나투어, 사업 줄이고 구조조정 박차..플랫폼 기반 OTA로 경량화 '포스트 코로나' 노려
코로나19(COVID-19)가 낳은 '여행 보릿고개'로 국내 대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하나투어가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하나투어는 새해 시작과 함께 인력 감축과 본사 매각 등 극한의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기존 오프라인 패키지(PKG) 사업은 물론 여행·면세·호텔 전반을 정리하고 플랫폼 중심의 여행사로 탈바꿈한다는 복안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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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쇼크' 2020, 매출보다 손실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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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가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며 흔들리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영업손실이 1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96억원으로 8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을 2203억원으로 적자 폭이 무려 1743.5% 확대됐다.
지난 30여년 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2002) △글로벌 금융위기(2008) △동일본대지진(2011)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 △NO재팬(2019~)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여행산업을 덮친 악재 속에서도 버텨왔지만, 코로나19에는 맥을 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주력사업인 패키지(PKG) 여행을 비롯, 여행사업 전반이 '셧다운' 되며 고꾸라졌다. 지난해 2월부터 각국 여행 규제가 지속되며 △상용(비즈니스) △공용(공무) △유학·연수 △기타(나머지+승무원) 등을 제외하고 여행 목적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단순 관광 수요가 '제로(0)'에 수렴했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투어의 패키지(PKG)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송출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1.2% 줄어든 24만1434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단순 관광목적은 전무했다. 2019년 3월 한 달에만 26만9687명을 해외로 보냈단 점에서 연간 송객 실적이 평년 비수기에도 못 미치는 결과는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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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도 팔고, 인력도 감축…"군살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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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자 하나투어는 벌려 왔던 사업을 정리하는 고육책을 펼치고 있다. 하나투어는 여행관련 자회사들을 설립하고,오프라인 패키지 여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면세·호텔 분야까지 확장하며 사세를 키워왔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이를 모두 정리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투어팁스·하나티앤미디어·에이치엔티마케팅 등의 청산을 완료했고 월디스투어 등 자회사 상당수를 정리하고 있다. 30여개의 달했던 해외법인도 중국·베트남 등 주요 지사를 제외하고 절반 이상을 청산했다. 특히 2015년 역점 사업으로 진출했던 에스엠(SM)면세점도 서울시내점에 이어 인천공항 입·출국장 모두 방을 빼며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15년 동안 유지해왔던 본사도 처분했다. 하나투어는 전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하나빌딩' 보유 지분 절반을 940억원에 시티코어 디엠씨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코로나 이전 882억원에 사들였던 서울 중구 '티마크호텔 명동' 건물 등 호텔 부동산에 대해서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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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A 바라본다…플랫폼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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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호텔은 물론 수 십년간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까지 축소하는 모습은 단순히 코로나 사태를 버티기 위한 극약처방을 넘어 하나투어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암시한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IMM PE(프라이빗에쿼티)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시점에서 하나투어는 400억원을 들인 IT기반 플랫폼 '하나허브'를 론칭하며 부분 패키지·개별여행(FIT) 기반 콘텐츠 강화를 꾀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이 시계추가 빨라졌단 것이다.
익스피디아·부킹닷컴·트립닷컴과 같은 '트래블 테크' 기반 OTA(온라인여행사)를 지향하는 것이다. 기존 1200여개에 달했던 오프라인 대리점이 현재 800여개로 급감하고,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6월부터 무급휴직을 진행해온 하나투어는 이달 들어 '조직 효율화' 명목으로 콜센터·영업 등 각 부문 직원들과 희망퇴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 내부에선 이번 희망퇴직 규모는 전체 직원(약 2300명)의 절반인 1000여명 수준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존 패키지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지만 IT 인력 중심의 OTA를 지향한다면 현재 인력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패키지 여행사업이 저물어가면서 신성장동력으로 플랫폼 사업에 투자를 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이 작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지금 같은 사업형태나 규모를 유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