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글로벌시장에서도 위기 때마다 충격을 견뎌내지 못한 호텔들은 헐값에 시장에 매물이 나왔다. 대다수 거대한 호텔 왕국으로 거듭난 글로벌 호텔들은 매물로 나온 호텔을 사들인 데 뿌리가 있다. '매물 홍수' 조짐을 보이는 국내 현황과 닮았지만, 다른 것은 인수자들의 '한 수'다.

국내 호텔시장은 손바뀜을 통해 용도를 변경하거나 '고급화'되는 방식으로 시장이 양분되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나 글로벌호텔시장에서는 크고 작은 인수합병으로 호텔 본업을 확대하고 몸집을 키우는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글로벌호텔그룹들은 같은 코로나19 충격에서도 종식에 대비해 사업 확대란 승부수도 내고 있다.

美 경제대공황에 실시된 M&A, 호텔 왕국 건립의 시초

1830년부터 1850년 사이 미국은 경제 호황에 여행객이 늘면서 호텔건축 붐이 일었다. 미국 전역에는 호텔이 건립되고 고급화 경쟁이 과열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대 호텔그룹들은 당시 자체적으로 호텔을 짓고 동시에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활용한 위탁 경영을 하면서 성장을 거듭한다.

하지만 미국 호텔시장은 1930~40년대 갑작스레 불어닥친 경제 충격 '대공황'으로 전환점을 맞는다. 미국 호텔 85%가 파산한 것. 글로벌 호텔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활발한 M&A를 펼쳤고 이후 미국의 경제 회복과 함께 호텔 산업도 상승세를 보이며 호텔시장은 그간 사들였던 호텔들을 연결하는 대규모 체인화가 이뤄진다.

사진=힐튼호텔앤리조트
사진=힐튼호텔앤리조트

세계 최대 호텔 기업을 건설한 콘래드 힐튼은 미국 대공황 시기에 저렴한 매물로 나온 호텔들을 사들여 호텔업계 황제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할리우드 스타 패리스힐튼 증조부로도 유명한 힐튼은 1919년 텍사스주 작은 마을의 한 호텔을 운영하면서 시작했지만, 현재 전세계 100만 객실을 보유한 글로벌 호텔체인 그룹 '힐튼 월드와이드'로 호텔 왕국을 건설한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콘래드 등 18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힐튼 경영 전략은 위기의 기회 활용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기 붐을 일으키던 미국내 사람들이 호텔앞에 줄지어 서있는 것은 본 힐튼은 호텔 사업에 주목해 작은 호텔을 인수한다. 그 뒤 1930년대 미국에 강타한 경제공황으로 사람들이 여행과 출장을 자제하자, 힐튼은 호텔업계 80%가 무너진 상황에 주목해 주변 호텔을 적극 매입하면서 호텔사업을 확장했다. 그리고 뉴욕시에 있는 루즈벨트 호텔과 플라자 호텔을 매입하면서 호텔을 힐튼 브랜드로 묶어 체인으로 운영했고, 미국 최초 전국적인 호텔 체인이 된다.

동시에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호텔 로비내 쇼핑시설과 객실 에어콘 배치, 카지노를 설치하는 등 당시로썬 파격적 도전으로 집객을 이뤄 공황에 따른 도산위기를 막아낸다. 훗날 여행 및 출장 인구가 늘면서 호텔업은 살아났고, 힐튼은 전세계 6,000여개 숙박업체를 거느리는 왕국을 건설한다.

2007년 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힐튼은 사모펀드 블랙스토에 넘어갔지만, 호텔업계 베테랑에게 운영을 맡겨 성장을 거듭한다. 힐튼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종식 후 늘어날 폭발적인 수요에 대비해 숙박 시설 확충이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105개(1만6,500실) 새로운 호텔을 세웠다. 코로나19 상황속에서는 올해 들어 라스베가스에 100번째 (1,500실) '큐리오 콜렉션'과 500번째 '태피스트리' 브랜드를 오픈고, 중국에 '홈2 수위트 바이 힐튼' 브랜드(5,000실) 선보였다. 3월 말 기준 힐튼은 114여국에 2,570곳 이상 39만9,000실 파이프라인을 개발중인데 이중 건설중인 곳 31개국은 힐튼 첫 진출지이기도 하다.

한국과 달리 글로벌 M&A의 키워드 '호텔 키우기'

프랜차이즈와 위탁경영으로 기반을 다져온 프리미엄 호텔브랜드 쉐라톤은 100여년 역사상 주인이 4번이나 바뀐 비운의 브랜드다. 쉐라톤 호텔 체인 공동창업자인 어니스트핸더슨과 로버트 무어는 1910년대 투자사 비콘 인베스트먼츠를 저렴하게 인수한 후 추가로 투자사 2개를 거두면서 미국 쉐라톤 주식회사를 만든다. 대공황 뒤 부동산, 특히 호텔이 가장 빨리 회복될 것으로 믿으며 호텔사업 진출을 선택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그들은 저가로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쉐라톤 초기 성공 모델을 구축한다. 1933년 콘티넨탈호텔을, 1937년 스톤헤이븐 호텔을 사들여 '쉐라톤 호텔'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뒤로도 호텔 건물을 구입해 쉐라톤 간판을 다는 방식으로 체인사업을 확장했고, 1949년부터는 캐나다를 호텔 체인 인수를 시작으로 중동, 남미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창업주 사망에 쉐라톤은 1967년 국제전화 및 텔레그래프 주식회사(ITT)에 매각되고, 1998년엔 스타우드 호텔앤 리조트 월드와이드에 안긴다. 그리고 2015년 스타우드가 메리어트에 넘어가면서 매리어트 우산속에 담긴다. 이번 인수로 매리어트는 전 세계 총 호텔 수 5,500곳과 객실수 110만개에 이르는 단숨에 업계 1위 초거대 호텔 체인이 탄생했다. 고가 럭셔리 브랜드가 강력한 스타우드 중저가 브랜드가 매력적인 메리어트와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호텔업체로 우뚝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 사진=뉴시스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 사진=뉴시스

2015년 유럽과 아시아퍼시픽 최대 호텔 그룹 아코르 호텔그룹은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 브랜드 페어몬트(Fairmont), 래플즈(Raffles), 스위소텔(Swissotel) 등을 보유한 페어몬트 래플즈 홀딩스 인터내셔널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1907년 샌프란스코에 처음 호텔 문을 연 페어몬트그룹은 럭셔리 호텔의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페어몬트그룹 역시 많은 손바뀜이 겪은 곳 중 하나다.

하지만, 페어몬트그룹은 인수가 된 이후에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유지됐다. 그룹은 미국 호텔 붐 이후 신규 호텔을 짓기보다 고시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유서깊은 독립호텔을 인수한 뒤 페어본트 브랜드를 붙여가며 몸집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명소' 호텔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 같은 상징성과 유명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도깨비 호텔'로 유명한 캐나다 '페머몬트 샤또 프롱트낙 호텔'은 철도회사 호텔 부서로 시작한 '캐나다퍼시픽 호텔'이 2001년 100년이 넘은 페어몬트를 인수하며 이름을 '페어몬트 호텔&리조트'로 바꿨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본사는 캐나다에 있지만 브랜드는 미국 브랜드가 됐고 미국과 캐나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최고급 호텔들이 페어몬트 이름 아래 놓인다.

이후에도 페어몬트는 2006년 미국의 부동산 투자사 '콜로니 캐피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사 '킹덤 홀딩 컴퍼니'가 공동으로 인수하면서 합작회사 '페어몬트 래플즈 홀딩스 인터내셔널'이 되고 10년 뒤엔 아코르그룹에 안긴다.